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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쌍둥이 적자 & 리쇼어링 & FDI(외국인 직접투자) & 양적완화(QE)

by 부자섭 2025.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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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을 꾸준히 내는 기업은 외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고 생존한다. 반면, 지속해서 적자를 기록하면 기업의 자본금은 급속히 잠식되고 결국 도산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원리는 국가 운영에도 유사하게 적용된다. 세계 최대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이 항상 재정과 무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미국은 과거부터 경상수지와 재정수지에서 동시에 대규모 적자를 경험해 왔다. 이를 ‘쌍둥이 적자(Twin Deficits)’라고 부른다.

경상수지 적자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수출보다 수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재정수지 적자는 정부의 지출이 세입을 초과할 때 발생한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는 나라의 살림살이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기에 쌍둥이 적자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당시 미국은 냉전 구도 속에서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국방예산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한편, 민간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감세를 단행했다. 그 결과 무역수지는 물론 정부 재정도 악화하여 두 가지 적자가 함께 불어났다. 이 상황에서 미국은 1985년 ‘플라자 합의’를 주도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가치를 높이고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외환시장을 조정했다. 이 합의로 수출 경쟁력이 회복되면서 일시적으로 적자가 완화되었지만, 이후 이라크 전쟁을 수행한 조지 W. 부시 행정부, 법인세를 대폭 인하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다시 쌍둥이 적자는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국제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유동성 공급을 위해 경상수지 적자를 일정 수준 감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는데, 이를 ‘트리핀 딜레마’라고 한다.

이와 별개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경제 흐름 중 하나는 ‘생산시설 국내 이전(reshoring)’이다. 이는 과거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로 생산설비를 옮겼던 기업들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표 가전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은 중국과 멕시코에 있던 세탁기 및 냉장고 생산 라인을 미국 켄터키 주로 이전했고, 독일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베트남 생산공장에 이어 독일 바이에른주에 새로운 첨단 공장을 설립했다. 일본의 전자업체 캐논도 오이타현에 자동화 공장을 세워 자국 내 카메라 생산 비중을 60% 이상으로 높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과거 ‘생산시설 국외 이전(offshoring)’이라고 불리던 흐름과 반대된다. 생산시설 국외 이전은 낮은 인건비와 부지를 찾아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전략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은 다시 제조업의 중요성을 재조명하기 위해 시작했다. 서비스업 중심의 경제 구조가 고용 창출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자국 제조업 생태계를 복원하려는 정책이 본격화됐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생산시설 국내 이전 기업에 다양한 유인책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법인세 인하,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행정 규제 완화 등이 있다. 단순한 애국심에 기대서는 기업들이 돌아오지 않기에, 실질적인 혜택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생산시설 국내 이전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기술이 적용된 지능형 공장 도입으로 인해 생산 자동화가 가능해지면서, 과거처럼 값싼 해외 노동력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국 내 고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고임금 구조에서도 제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해외 투자에 나선 한국 기업들도 현지에서 큰 환영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1997년 한라그룹이 영국 웨일스에 건설중장비 공장을 완공했을 당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필립공이 준공식에 직접 참석해 기계 가동 버튼을 누르는 장면은 상징적인 이벤트였다. 2019년 롯데그룹이 미국 루이지애나에 대형 석유화학 공장을 건설했을 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동빈 회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자국 내 일자리와 기술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FDI는 단순한 자본 유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외국 기업이 공장이나 법인을 설립하면 고용 창출은 물론, 국내 기술 수준 향상과 생산성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된다. FDI는 투자자가 해당 기업의 경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목적을 가지기 때문에, 일시적인 자본 투입인 포트폴리오 투자와는 구별된다. 한국은 자동차, 반도체, 전자 등 주력 산업이 탄탄한 데다 중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 우수한 인적 자원 등으로 인해 투자 매력도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다만, 외국인 투자 기업이 느끼는 규제 부담, 세무 행정의 복잡함, 연구개발(R&D) 지원 부족 등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이를 보완하여 외국 기업이 더욱 활발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경기 침체기에 흔히 등장하는 정책 중 하나는 양적완화다. 중앙은행이 국채나 회사채,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대량으로 매입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벤 버냉키 전 의장은 이를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는 것”에 비유해 주목받았다. 양적완화로 풀린 돈은 금융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부동산, 주식, 채권 등 다양한 자산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그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나친 유동성 공급은 자산 가격의 거품을 유발하고,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등 인플레이션 위험을 동반한다. 경제가 회복되면 중앙은행은 다시 자산을 매각해 시중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이를 ‘자산매입축소(tapering)’이라고 부른다. 이 과정에서 신흥국 자본이 빠르게 선진국으로 이동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어, 정책 종료 단계에서도 섬세한 조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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