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다수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으며, 전 세계 경제의 약 70% 이상을 아우르는 협정 망을 구축해 ‘FTA 중심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2020년 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아세안, 인도, 호주, 캐나다 등 55개국과 총 16건의 FTA를 체결하였고, 이로써 세계 주요 4대 경제권과 모두 자유무역 관계를 맺고 있다.
FTA는 국가 간의 무역 장벽을 낮추기 위해 체결되는 협정으로, 일반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수입 식품 가격의 하락을 체감할 수 있게 되었으며, 대형마트에서 이전보다 저렴한 가격에 고급 포도주, 치즈, 과일 등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자동차 등 주요 수출 산업 역시 FTA의 혜택을 입어 수출이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이 최초로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은 칠레와의 협정으로, 1999년에 협상이 시작되어 2004년부터 본격 시행되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값싼 농산물의 수입으로 인해 국내 농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로 격렬한 반대 시위가 벌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확인되며 부정적인 인식이 점차 완화되었다.
다만, 여러 국가와 동시에 FTA를 맺게 되면 각 협정 간의 규정이 상이하여 기업들이 복잡한 통관 절차와 원산지 증명을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스파게티볼효과’로 불리며, 그 복잡함이 국수 면발처럼 얽힌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최근에는 양국 간 협정보다는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다자간 FTA가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범대서양 무역 투자동반자협정(TTIP) 등이 있으며, 이러한 협정은 참여국 간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협정은 강대국들의 정치·외교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복잡한 협상이 불가피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한편, 세계무역기구(WTO)는 자유무역 확대를 위한 글로벌 규범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국제기구이다. 이 기구의 전신은 1947년에 출범한 ‘관세 무역 일반협정(GATT)’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로운 교역 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GATT는 법적 구속력이 약한 임시 기구에 불과했기 때문에, 국가 간 보호무역 조치가 자주 남용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1995년에 WTO가 정식으로 설립되었으며, 이 기구는 GATT보다 훨씬 강력한 권한을 갖고 운영되고 있다. WTO는 상품 무역뿐만 아니라 서비스, 지식재산권, 투자 등의 영역까지 포괄하며, 무역 분쟁 조정, 관세 인하 권고, 반덤핑 조치 규제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WTO의 출범 이후, 전 세계적인 무역 장벽이 점차 낮아졌고, 이에 따라 국제 교역량은 증가했으며 자본의 흐름도 한층 자유로워졌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규모 FTA 체결이 잇따르면서 WTO의 역할이 다소 위축되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7년에 GATT에 가입한 이후, WTO 창설 시점부터 정식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WTO에 무역 분쟁을 제소하려면, 먼저 상대국에 양자 협의를 요청해야 하며, 협의가 결렬될 경우 분쟁 해결을 위한 패널 구성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WTO 사무국이 중재자로 나서며 1심 절차가 진행된다. 구두 심리와 서면 자료 제출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1심 판정 후 양측이 수용하면 판정이 확정된다. 만약 당사국이 결과에 불복할 경우, 사건은 상소 기구로 넘어가게 되며, 전체 소송 절차는 보통 3~4년에 걸쳐 마무리된다.
장사를 잘하려면 물건을 구입할 때는 가능한 한 저렴하게 사고, 판매할 때는 최대한 높은 가격에 파는 것이 유리하다. 이러한 원리는 국가 간 무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국가 차원에서는 수입품은 싸게, 수출품은 비싸게 거래할수록 경제적으로 이득을 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무역상의 유불리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가 바로 '교역조건'이다.
교역조건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그중에는 순상품교역조건, 총 상품교역조건, 소득교역조건, 요소 교역조건 등이 포함된다. 이들 중 실무나 경제 분석에서 특히 자주 사용되는 것은 순상품교역조건과 소득교역조건이다.
먼저,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우리나라에서 수출한 상품 한 단위로 외국 상품을 몇 단위나 들여올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다시 말해, 수출 가격과 수입 가격 간의 상대적인 수준을 통해 교역의 유리함을 평가하는 지표다. 하지만 이 지수는 가격 변화만 반영하고, 실제 거래되는 물량의 변화는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고자 등장한 것이 소득교역조건지수다. 이 지수는 실제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금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측정하는 것으로, 가격만 아니라 수출 물량도 함께 반영한다. 따라서 보다 실제적인 무역 수익성을 평가할 수 있다.
순상품교역조건과 소득교역조건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수출 단가가 10% 하락했지만, 물량이 40% 증가했다면, 수출품의 가격이 내려갔으므로 순상품교역조건은 악화하지만, 전체 수출로 벌어들인 수입이 늘어났기 때문에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오히려 개선될 수 있다.
결국 두 지표를 함께 살펴보면, 가격 변화만 아니라 물량 증가에 따른 종합적인 교역 상황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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